독서생활

임경선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독서 리뷰

볼통통알파카 2022. 7. 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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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작가는 '태도에 관하여' 에세이로 유명한 작가님이시지만, 꽤 여러 소설집을 내신 소설가이시기도 하다. 에세이와 소설 그 둘의 느낌을 비교해보면 소설에서는 오히려 에세이보다 건조한 문체로 서술되는게 특징이다. 물론 그 건조함 뒤에는 어쩔수없이 빠져드는 사랑(운명적인 사랑, 설령 불륜이더라도)으로 온갖 감정의 수렁에서 자기 절제를 하는 인물들이 자주 나오긴 한다. 그런반면 에세이는 작가님의 조금 더 보편적인, 완전하지 않은 인간을 향한 감정적이고 따뜻한 마음,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더 돋보인다.

 

장르가 다른 그 둘을 넘나드시는 모습이 본투비 작가님처럼 자유로워보인다. 거의 일년에 한 권씩 책을 내시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작가님 스스로 본인은 10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유지한 경험이 있어 매일 성실하게 글을 쓰고 있다고 하셨고, 좋아하는 작가인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현업으로 작가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 된다고 하셨다.(채널 예스24 인터뷰 혹은 각종 북토크에서) 

 

 

특히 이번에 리뷰할 단편집(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작가님 취향을 듬뿍 발견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임경선 작가님의 소식을 종종 듣곤 하는데, 어느새 팬이 되어 작가님의 취향을 너무나도 잘 알게돼버렸다. 그렇게 작가님의 취향에 대한 배경지식이 쌓이다보니 과거에 작가님이 쓰신 책을 다시 읽으면 보물찾기하듯 내가 알던 작가님의 취향을 계속 마주하게되어 뿌듯하고 행복하다. 또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되는 이유는 나와 작가님의 소설 속 '사랑'에 대한 관점이 너무나도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혼을 했지만 아직도 사랑이야기가 재밌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7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단편에서의 주인공들은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들로 묘하게 닮았다.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으며 감정에 지나치게 동요하지않고 자기절제를 잘하는 인물들로 묘사가 되어있는데, 아이러니하게 어떤 계기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사랑에 빠지게된다. 그저 속수무책으로 머리로 허락하지 않는 사랑을 가슴으로 하게되는 이야기들이 주로 등장한다. 작가님이 그리시는 이야기는 대부분이 해피엔딩의 사랑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열렬히 사랑해야한다는 메시지가 뒤섞여있다. 책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김이나 작사가님과 같이 하신 북토크 영상을 추천하고싶다. 

 

첫번째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단편

p15 서로의 삶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텐데. 주인공 최영미가 생각하는 이 부분은 어떻게보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의 단편을 관통하는 부분이다. 영미는 좋아하는 남자, 준호에 대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고백도 하지 못하다가 결국 시간이 흘러 준호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음에도 여전히 좋아하면서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어쩌다 불가사의하게 다시 만난 준호와의 인연으로 독하게 잊었던 마음이 다시금 살아난 이 상황을 인정하기 싫을테지만, 영미는 준호에 대한 본인의 마음과, 준호의 본인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고, 슬프지만 최선의 선택을 한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작가님을 닮은 것 같다. 감정적으로 그렇게 한 남자를 오랫동안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수렁에 빠지더라도 일상생활을 묵묵히 하면서 잊으려고 그 힘든 마음을 스스로 감내하셨을 것 같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는 다들 절대 안돼라고 외칠만큼의 강력한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외면하고, 끊어냈던 경험들이 있는 독자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단편이라고 생각된다.

 

<안경>

굉장히 짧은 단편으로, 안경을 쓴 남자가 취향인 소미가 친구의 당부로 별 관심 없던 동네서점에서 시 낭독회에 참석해 정말 또 한결같이 안경쓴남자에 호감을 느끼며, 이어지게 되는 이야기. 연애를 할 때 처음 시작이 항상 설레는 법인데, 작가님식 간질간질한 연애 처음 시작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소재는 전혀 다르지만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생각이 나기도 하면서. 약간 여자분 노린거 아니야? 이런생각이 들기도 했다...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앞선 두편의 단편과 비교할 때 굉장히 파격적인 스토리다. 이미 가정을 이룬 남자가 베트남 치앙마이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도 있는 첫번 째 아내와 이혼하고, 두번 째 결혼을 하는 내용. 게다가 주인공은 두번 째 결혼의 상대인 여자. 다른독자들도 뭐야 이거. 무슨상황이야 하면서 술술 읽었을 것 같다. 결론은 우리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지만, 이 단편이 주는 의미는 우리 삶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그 와중에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주제를 다루기 불편할 수 도 있지만 작가님은 항상 솔직하고 담담한 표현으로 우리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특히 그 밑바탕에는 작가님 스스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결혼이더라도, 함께 여러해를 지내다보면 다른사람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시기 때문인것 같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도 나름의 사정을 설정하시고, 결코 평범한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게 표현하시는 것 같고, 독자가 주인공과 같은 시련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시고 질문을 계속 던지시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사랑은 생각보다 우리 도처에 많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고, 칭찬해줄수는 없으나, 함부로 재단해서도 안되는것 같다. 

 

<우리가 잠든 사이>

<우리가 잠든 사이>는 여느 모자처럼 말수가 적고, 서로 살갑게 지내지 못했던 모자가 아버지 사후 드디어 처음으로 같이 일본 유후인 여행을 하는 장면들이 단편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단편이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기차여행(카펫트가 깔린 ktx특실)을 좋아하시는 임경선 작가님의 취향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여행이야기를, 그것도 11시가 넘는 밤에 침대에서 읽어서 그런지 단편들 중에서 가장 슬프지만 낭만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111p, 라운지에서 주인공이 롤케이크 두조각을 시키고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면서 기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는 장면은 너무 생생해, 롤케이크를 지금 당장 사먹을 수 없다는 마음에 괴로웠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로 케이크를 먹으러 갔을 정도로 인상이 강렬했다. (다음에 기차여행갈때는 무조건 롤케이크와 커피 꼭 사갈 예정이다.) 그리고 이 단편을 낭만적이라고 느낀 동시에 가장 슬프다고 느꼈던 까닭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부분으로, 주인공이 어머니와의 기차여행을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 돌아왔던 그들의 정직한 반응부분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흔히 보통의 가족들이 각기 다른 형태로 지니고 있는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과, 앞으로 어떻게 어머니를 온전히 끌어안야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그려져 더 여운이 남았다. 

 

 

 

 

 

 

 

 

 

 

 

 

 

 

 

 

 

 

 

 

사실 작가님의 가장 좋아하는 책은 내가 작가님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책인 태도에 관하여이며, 바이블처럼 내 마음이 어두울때 찾아 읽어보고 객관적으로 나를 돌이켜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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