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생활

(비혼 미니멀라이프 레시피)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볼통통알파카 2022. 8. 26. 23:17
반응형

작          가 : 김민정

인스타그램 : @kmjcats

유   투   브 : 1인2묘가구

 

여름의 끝자락으로, 오랜만의 선선한 저녁바람이 좋아 밖에 나가고 싶었다. 또 오늘은 인생 첫 당근마켓 거래도 도서관 앞에서 이루어질 예정으로 유독 설레는 날이었다. 도서관에 차를 끌고 간 김에 짤막한 서평 하나 필사하고 올 생각으로 무거운 노트북도 모시고 갔지만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자태를 뽐내는 책들을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별 수 없이 책 3권을 빌려서 곧장 집으로 데려왔다.

 

그 중 첫 번째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은 바로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김민정 뉴스 작가분의 에세이다. 그녀의 직업은 방송작가, 정체성은 페미니스트라는 이 분은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계시며 '1인 2묘가구'라는 비혼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갓생 오브 갓생 다잡러이다.

나는 현재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내년이면 나가야하는 신세이기에 제목부터 '내 집'이라는 유혹에 홀랑 매료되어 이 책을 골랐다.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시점에서 예산에 딱 맞는 만족스러운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집'이란 어떤 대상인지, 어떻게 가꾸고 정리해야하는지 등이 최대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도서관에가면 집에 관련된 책을 줄곧 빌려오곤 해 다른사람들의 집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갈구하고있다.

 

항상 빌려오는 책들을 보면 결국 내가 추구하는 집은 '미니멀리스트 집'인 것 같다. 실용적이면서도 디자인적으로도 깔끔한 물건이 항상 제자리에 있는 집. 그래서 이제는 여기저기 매력적인 물건 광고가 넘치는 이 자본주의 시대에 아주 지키지 어렵지만, 물건을 구매하기 전 최소한 한 번씩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과연 이 물건을 놓을 자리가 우리집에 있는지. 혹은 우리집의 인테리어와 맞는 물건인지, 내가 이 물건을 들여와 더 행복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더욱더 나의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거실을 차지하는 저 따뜻하고 아늑하면서도 단정한! 이케아 브랜드의 쇼파와 테이블을 보면서 저게 정말 비혼 여성의 멋진 삶(내가 감응하는 집에 사는 삶)이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인테리어가 과하지않으면서 포근하고 안락함을 주는 집에 고양이 2마리와 함께 사는 여성. 아마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형태의 삶을 꿈꿨을 것이 분명하다.

사진 속 집을 보면 작가 본인이 '화이코패스'라고 들을 정도로 집 인테리어가 하얗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이런 인테리어를 갖추게된 이면에는 좁은 집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보이기 위해 발악했던, 집이 없어 암울하고 전전긍긍했던 작가님의 나날들이 압축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p68 어쩌면 나는 인테리어 로망을 실현한 것이 아니라 좁은 집에 살았던 시절을 애도하기 위한 한풀이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동료 작가가 집을 산 일화를 들은 날을 계기로, 본인도 집을 사겠다고 다짐 한 후 2년안에 6천만원을 모으기위해 프로N잡러가 된 작가는 결국 본인의 뜻을 이루고만다. 책에는 본인 월급 및 지출까지도 소개되어있는데, 누군가의 도움없이 본인의 피땀눈물로 집을 산 만큼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용기를 주고 싶어 이 책을 쓰게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책을 읽은 나도, 어쩌면 할 수있겠는걸?이라는 과감한 용기가 생긴만큼 다른 비혼 라이프를 지향하는 싱글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번도 생각해보지못했던 월세도 안 내는 옷에게 방을 주다니(part 2 집의 기쁨과 슬픔) 이 부분과 호캉스가 필요 없는 삶(part 3)이 인상깊었다. 온 미디어가 소란스럽게 외치는 말들 밖에서 유유히 '가짜 욕망이 아닌 나의 진짜 욕망, 고유한 나만의 의식'을 찾아보자는 의미가 담겨있어서 좋았다. 또,  내 집 마련 성공 이후 그녀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누구와 함께 해야하는지(고독을 컨트롤하기위해), 어떤 방향으로 삶을 재정립해야하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책의 마지막에는 각 챕터별 에피소드와 관련해 작가가 추천하고싶은 책이 정리되어있으니 이부분도 놓칠 수 없다.

 

어서 나도 내집 마련의 레이스 시작에 동참해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