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비대면으로 들었던 임경선 작가의 <삶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에 대해 짤막한 글이 쓰고싶어졌다.
실은 내일 진행되는 책발전소 북클럽 웨비나가 있는데, 그 책을 단 한장도 읽지 않았기에, 급하게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책을 읽으면서 독서노트를 펴고 글을 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결국 모두가 그렇듯이 당장 몰입되는 글을 읽지 않으면, 다른 무언가에 끌리고 집중하게 되버렸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인 임경선 작가의 온라인 특강을 듣고 중요부분 놓칠세라 휘갈겨 쓴 글을 발견해버렸고, 과거의 내가 적었던 글들은 영상과는 별개로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 중 흥미로웠던 부분을 다시금 이곳에 써 마음에 새기고자 한다. 강의내용을 적기전에 내가 임경선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적어본다면, 서늘하고 건조한 문체 그리고 그 기반에는 항상 넘치듯 흐르는 독자에 대한 애정, 배려, 관용의 자세때문이다. 이 말이 역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 전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과거에 캣우먼으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임경선의 인생상담'이라는 주제로 오디오북 클립으로도 활동했었고, 나는 그것을 출퇴근길에 종종 들었었다. 사실 익명을 바탕으로 하는 제3자의 조언이라 전혀 기분나쁨없이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예리하면서도 솔직한 그녀의 조언이 정말 좋았다. 물론 그녀의 조언을 신뢰하지만, 또 무조건적으로 그녀가 조언하는 것들이 내 인생 전부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 스스로 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그녀의 조언이 내 인생, 내 가치관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 아주조그마한 부분이라도 건드려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행복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인상깊었던 내용을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강의 내용을 전부 기재하거나, 강의 순서대로 혹은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목차를 직접 인용하여 쓰는것은 예의가 아닌것같아서 수강자 입장에서 서술하겠다.
1. 의식주이던, 물건이던, 서비스이건 선택은 결국 누적되면 취향으로 수렴되며, 타인과 이해관계가 없어 투명하다.
- 그 취향의 예로 작가님은 ktx특실을 선호하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특실은 카펫트가 있어서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오히려 나의 취향을 저격해버렸다. 길어봤자 3시간 이내일, 짧은 시간이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그 과정도 즐기시는 부분이 나의 취향과 일치한다. 벌이가 많아진다면 나도 특실을 이용해보고싶다. 모든 것에 효율성, 가성비를 따지는 이 시대에 <취향>이란 가치가 존중받기 어려울 이 때에!!이런 말씀을 해주시니, 당연히 반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알고싶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에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선택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지 않을 것 / 일의 과정 즐기기.
- 특히 이 부분은 남편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무언가를 하겠다는 다짐은 곧 어떤 성취, 성과를 곧장 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목표 달성을 위한 그 과정이 현재의 나에게 유의미하기때문에 이러한 길을 가겠다. 라고 표현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혼자서 뭉근하게 하는것.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일들을 해야 내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말씀이 내 삶을 관통하는 부분인것 같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결국 과정이 즐거운 것에대해서는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와도 곧잘 스스로 수용할 수 있었고, 그에 좌절하지않고 또 다른 일에 매여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고등학교 입학, 대학 입학, 연애, 결혼 등)
- 작가님께서는 본인의 예로 드라마 각본 쓰셨던 이야기를 꽤 길게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여기에서 다들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꽤 공들인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과감히 포기하며 다른 일에 다시 바로 몰두했던 이야기였다.)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사람. 어떤 일에 용기내어 포기할줄도 알고, 그에 수반되는 감정들도 쉽게 버리지않고, 받아들일줄 아는 멋있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결국 이것도 잘해냈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등의 가짜 욕망에 휘둘리는것이 아닌가. 특히 어떤 일에대해 우리는 종종 다른사람의 자문을 구하는데, 작가님은 용기를 받고싶어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실은 본인이 하고싶지 않은 것인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사용하신다는 말씀이 참 신선했다.
3. 잘 내린선택이란? 틀릴 수도 있지만 괜찮아. 건전한 자기의심과 자기확신이 필요 / 때로는 수동적인 선택도 좋다.
- 인생의 통제불가능함, 흐릿함, 모호함등은 우리를 성숙하게 하고, 이 경험을 하면 인생이 흑백으로 보이지 않으며 이러한 불투명함 속에서도 정말로 선택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는 건전한 자기의심과 자기확신을 가져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모든 선택을 독립적으로 자발적으로 하는것도 좋지만 가끔은 내가 아니라 운명같은 '저쪽'에서 나를 선택하는것도 괜찮다고 말씀하셨던 내용이다. 주도권이 없고 끌려가는 것 같지만 기분 좋은 그런 느낌이 있는 것이라면 가끔은 선택해도 좋다는 것. 어떤 결과가 나올지 뚜렷하게 알 수 없지만 뭔가 이끌리듯이 하는 선택들이 있다. 가령 나한테는 결혼이 그 예이다. 세세하게 따질 여유가 없고, 느낌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냥 나는 이 시점에서 무작정 이렇게 이 사람과 결혼을 꼭 해버려야겠다는 선택.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따지지도 않고 무모한 선택을 하는가 싶겠지만 우리 삶에 종종 그런 선택이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꼭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베스트인 선택에 도달하는것은 아니다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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