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긴데 한 달은 정말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매월 한 달에 한권씩 추천받는 책발전소 북클럽 책이 계속 쌓이고 있다. 작년 2월부터 시작해 김소영 큐레이션 레터도 꽤 많이 모였다. 어렸을 적 엄마가 구독해주셨던 웅진북클럽 마냥 읽어야할 책들이 계속계속 쌓이고있다.
다행히도 남편도 나도 책 읽기를 좋아해 우리 신혼생활에서 책을 뺄 수가 없다. 우리 둘은 퇴근하고 줄곧 도서관에 가고 어떤 책들이 또 새로 나왔는지 탐색하고 또 나의 새로운 지적 자극을 줄 책을 계속계속 찾는다. 마치 우리는 책 속에 파묻혀있는 것 같다.
이번 책은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배우 최희서님의 에세이로 부제가 배우 최희서의 진화하는 마음이다. 배우 최희서님은 영화 <킹콩을 들다>로 데뷔해, 주요 출연작으로는 영화 <동주>, <박열>, <아워바디>,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이 있다. 사실 서점 혹은 도서관에 꽂혀있다면 쉽게 눈길이 가지 않았을 그런 책이다. 그래서 처음 북클럽 도서로 받아 봤을 때 대체 무슨 책일까? 왜 김소영 큐레이터가 이 책을 골랐을까? 호기심이 강하게 든 책이었다.
가방에 항상 넣어다니다가 대전여행지에서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는데 배우의 생활, 작품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흥미로웠다. 갓생 오브 갓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열정이 넘치고 넘쳐서 타인이 자연스럽게 알아봐주는 상황까지 도달하는 그 단계. (지하철안에서 연기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신연식 감독님이 명함을 주고 갔다는 에피소드) 그 장면을 읽을 땐 최희서님처럼 그정도로 인생에서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특히 책 부분 중 최희서님의 <동주> 에피소드는 나 또한 일본어를 배운적이 있고,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일본어를 공부하면할수록 일본역사를 돌이켜보면 나의 지금 상황이 참 모순적으로 다가오고 혼란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다. 나와는 달리 최희서 배우는 본인의 일본어 능력을 십분 발휘해 영화 동주에서 그 빛을 발한다.
이 밖에도 대학생때부터의 인연이 이어져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 배우자와의 에피소드도 참 따스해서 좋았다.
p55. 어쩌면 S는 나를 단지 응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나와 함께 꿈꿔옸던 걸지도 모른다. 그저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너 잘하고 있어'를 읊조리는 모습으로. 그의 꿈에 힘입어 나의 꿈이 견고해진다. 그는 이미 실제로도 본인의 야망을 좇아 실현하고 있었다.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의지하고 기댈곳, 그리고 우물쭈물하고 있을 땐 등을 밀어주는 고요한 동반자로. 나의 꿈을 지키는 것이 본인의 꿈이라고 말하는 S 옆에서, 나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또, 유독 마음이 갔던 문장이 있어 플래그로 표시해두었던 구절을 공유해본다.
p94. 나는 줄곧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보니 그렇다. 마음보다도 생각이 같은, 가치관과 이념의 방향성이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서로를 향한 사랑이 쉬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이야 갈대와 같이 흔들릴 수도 있으나, 마음의 밭인 '생각'이 같다면,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도 두 사람의 토지에 함께 발을 디디고 지킬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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